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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원예, 텃밭

청려장 명아주 나무 지팡이

by 남쪽 서무 2025.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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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장: 명아주 지팡이에 담긴 장수의 상징

1. 청려장이란 무엇인가

명아주(Chenopodium album var. centrorubrum)의 줄기를 말려 만든 청려장은 우리나라에서 천 년 이상 이어져 온 ‘장수의 지팡이’입니다. 통일신라 시기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임금이 큰 나이를 이룬 노인에게 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오늘날에도 10월 2일 ‘노인의 날’에 100세 어르신에게 수여되는 전통이 이어집니다. 명아주 지팡이는 가볍고 단단해 노쇠한 손목에도 부담이 적고, 붉은빛을 띤 줄기 표면이 자연스러운 광택을 내어 실용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갖추었습니다.

  • ‘명아주 나무 지팡이’라는 표현이 흔히 쓰이지만, 명아주는 목본이 아닌 초본입니다. 완전히 건조되면 목질화된 듯 단단해져서 나무와 혼동되지만, 정학히는 ‘명아주 지팡이’ 또는 ‘청려장’이라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2. 명아주 식물 정보

2.1 생물학적 분류

  • 계: 식물계 (Plantae)
  • 문: 속씨식물문 (Angiosperms)
  • 강: 목련강 (Magnoliopsida)
  • 목: 선형목 (Caryophyllales)
  • 과: 비름과 (Amaranthaceae)
  • 속: 명아줏속 (Chenopodium)
  • 종: Chenopodium album
  • 변종: Chenopodium album var. centrorubrum

2.2 형태적 특징과 생태

명아주는 한해살이풀이지만 60 cm에서 많게는 2 m까지 성장합니다. 줄기는 연녹색 또는 자주빛을 띠며 마디가 굵고 탄성이 좋습니다. 6월에서 9월 사이에 잘게 뭉친 녹백색 꽃이 피어 열매를 맺고, 종자는 토양 수분만 있으면 어디서든 발아해 ‘잡초’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뛰어난 적응력 덕분에 농약 없이도 잘 자라며, 토지를 가리지 않아 과거 농가에서는 손쉽게 채취했습니다.

2.3 꽃말과 별칭

  • 꽃말: 거짓과 속임수
  • 별칭: 는쟁이, 는장이, 도토라지, 개비름나물 등
    ‘거짓과 속임수’라는 꽃말은 명아주가 비슷하게 생긴 비름나물과 혼동되는 데서 비롯됐습니다. 이름도 지역마다 달라 착각을 일으키지만, 바로 그 “헷갈림” 덕분에 예부터 식용·약용·공예 소재 등 다면적으로 활용됐습니다.

3. 청려장 제작 과정

명아주 나무 지팡이라고 알려진 명아주 청려장의 제작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명아주 나무 지팡이 청려장 제작 과정

3.1 재료 선택

청려장은 직경 1 cm 내외, 마디가 곧은 명아주 줄기를 고릅니다. 뿌리 부근이 지나치게 굵으면 건조 후 휘는 경우가 있어, 균일한 굵기의 중간대를 선호합니다.

3.2 수확과 가공

  1. 수확 시기: 꽃이 피기 직전인 6∼7월 줄기가 가장 곧고 수분이 적어 건조 균열이 최소화됩니다.
  2. 껍질 처리: 줄기를 옹골차게 보존하려면 겉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말립니다. 겉껍질이 거친 부분은 대나무칼로 살짝 긁어 표면을 고르게 다듬습니다.
  3. 직선 교정: 젖은 상태에서 미세하게 휘면 뜨거운 김을 쬐어 반대 방향으로 살짝 휘어 펴 줍니다.
  4. 자연 건조: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4∼6주간 천천히 건조합니다. 급속 건조하면 내부 균열이 생기므로 직사광선을 피합니다.
  5. 마감: 줄기 표면의 미세한 솜털을 사포로 정리한 뒤 들기름이나 천연 옻칠을 얇게 입혀 광택과 내구성을 높입니다.

3.3 완성 후 관리

  • 습도 60 % 이하의 실내에 보관하고, 고열에 장기간 노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오염 시 물수건으로 가볍게 닦고 즉시 건조해 곰팡이를 예방합니다.

4. 문화적 의의와 현대적 계승

4.1 통일신라부터 조선까지

삼국유사와 조선 실록에는 임금이 장수 어르신에게 지팡이를 내려 노고를 치하했다는 기록이 다수 보입니다. 청려장은 단순한 보행 보조 도구를 넘어 “건강하게 오래 살라”는 축원 그 자체였습니다.

4.2 10월 2일 노인의 날

보건복지부는 2000년대 초부터 100세를 맞는 국민에게 청려장을 증정해 왔습니다. 명아주 지팡이를 손에 쥔 백수(白壽) 어르신의 환한 미소는 세대 공존과 노인 공경의 메시지를 대변합니다.

4.3 지역공방과 문화재 전승

경북 경주, 전남 순천 등에서는 청려장 제작을 전승하는 공방이 활발합니다. 일부 장인은 명아주 외에도 황죽·조릿대 등 지역 특산 초본을 응용해 디자인과 기능성을 확장하고 있으며, 지방문화재 제도 안에서 보호·지원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5. 명아주의 식용·약용 가치

5.1 영양성분

어린순에는 단백질과 식이섬유, 비타민 A·C, 칼슘·철·마그네슘이 풍부합니다. 삶아 나물로 무치면 ‘비름나물’과 유사한 구수한 맛이 특징입니다.

5.2 전통 약재 활용

본초강목에 따르면 명아주 종자는 해열·이뇨 효능이 있어 민간에서 탕약으로 달여 마셨습니다. 줄기와 잎도 염증 완화에 쓰였으나, 현대 임상 근거는 부족하므로 지압이나 족욕 등 외용으로 가볍게 활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5.3 주의 사항

  • 시금치처럼 옥살산이 있어 신장 결석이 있는 사람은 과다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 들판에서 채취할 때는 농약·중금속 오염 가능성이 적은 곳을 선택하고, 충분히 세척하세요.

6. 청려장이 주는 메시지

청려장은 잡초로 치부되던 초본 재료를 정성껏 말려 만든 결과물입니다. 이는 ‘하찮아 보이는 것에서도 지혜와 아름다움이 피어난다’는 생태적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세월의 무게를 견딘 나이테 대신, 여문 마디마다 옅은 자주빛이 스민 줄기는 어르신의 시간을 은유합니다. 오늘날 플라스틱·금속 지팡이가 넘쳐나지만, 명아주 특유의 가벼움과 따뜻한 촉감은 대체 불가한 자연의 감성을 전해 줍니다.

결론

잡초로만 알았던 명아주는 식탁 위 나물에서 전통 약재, 그리고 장수를 기원하는 지팡이로 변모해 왔습니다. 청려장은 명아주가 지닌 생명의 힘과 우리 선조의 생활 지혜가 결합된 문화유산입니다. 내 손에 쥔 가벼운 한 줄기 속에는 자연을 존중하고 노인을 공경하는 우리의 정신, 그리고 ‘작지만 깊은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명아주 지팡이를 통해 오늘도 누군가는 건강과 장수를 기원받고, 또 누군가는 사라질 뻔한 전통을 이어 갑니다.

장수, 자연, 공경. 세 단어로 압축되는 청려장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도록, 명아주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청려장 문화를 일상 속에서 재해석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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